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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파도로 보는 故 김영애 회상과 추모 ◎ 


작년 고인이 되신 연예계 큰 별이었던 분이 계십니다. 바로 故김영애씨입니다. 그분의 사생활이 어떤지 모르고 그분의 인성이 어떤지 모르고 그분이 어떤 삶을 살았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분의 연기를 믿었고 그분의 연기를 좋아했습니다. 고두심,김혜자,강부자 등 내노라 하는 국민 어머니 역을 도맡아 하는 연기자분도 계셨지만 故김영애 씨의 연기 스펙트럼은 참으로 대단하다고 늘 생각하며 보고는 했습니다. 굉장히 인자하지만 강단있고 강한 어머니 역할과 우리네 생활 어디선가 늘 보고 우리집에만 가도 있을 것 같은 굉장히 현실적이면서도 희생을 아까워하지않는 그 어머니 역이나 혹은 로열패밀리 라는 작품에서 보여줬던 카리스마가 넘쳐나는 재벌집 어머니 역할까지. 


그 누가 있어 故김영애 씨만큼의 연기를 보일수 있을까 싶습니다. 과거에도 최고였지만 앞으로도 누가 그 역을 대신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요. 이 시간에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인상깊게 보았던 드라마 [파도] 를 통해 故김영애씨를 회상하고 추모하는 시간 가져볼까 합니다.

제가 그 분을 맨 처음 기억하기 시작한 건 SBS 어느 주말극에서였습니다. 굉장히 잘나고 자랑스러운 첫째아들 그리고 그보다는 조금 못났지만 착하고 성실한 둘째 아들, 그리고 정많고 탈많은 막내딸에 작은아버지와 작은어머니 그리고 고모까지 나오는 요즘에는 보기 힘든 대가족 비슷한 규모로 이끌어 나가는 극이었습니다. 사실 이 드라마는 SBS 에서 1999.04~1999.12월까지 방영한 [파도] 라는 드라마로 그 당시 50부작을 기획으로 만들어졌으나 굉장한 인기에 힘입어 무려 20부가 연장되 1999년 12월에 막을 내린 장편 주말극이었습니다. 

세상에, 한해를 기준으로 4월에 시작해서 12월까지 방영을 하다니 얼마나 인기가 많고 시청률이 높았으면 그럴수 있었을지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물론 사극의 경우 예외지만 현대극에서 이럴 수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이 [파도] 라는 드라마는 크게 3가지의 줄기를 갖고 얘기를 펼쳐나갑니다.


첫째는 故김영애 씨의 첫째아들로 나오는 이재룡이 결혼을 하기까지의 여정입니다.(편의상 극중 인물이 아닌 배역을 맡았던 배우 이름으로 존칭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양해바랍니다) 이재룡은 극에서 장남답게 책임감 강하고 무뚝뚝하지만 어머니를 한번도 실망시킨 적 없는 효자로 나옵니다. 이미 약혼자가 있는 이재룡이었지만 이영애를 만난 뒤 자꾸만 이영애한테 끌리는 감정을 숨길 수 없어 약혼을 파혼하고 이영애와 결혼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극중에서 이영애는 가난한 학생으로 어쩔수 없이 돈을 벌기 위해 술집에 일을 하러 나가게 되는 역으로 착하고 순진하지만 어떤면에서는 또 당차고 자기 앞가림을 그래도 꽤 해나가는 인물입니다. 이재룡의 어머니로 나오는 故김영애는 당연히 이영애를 반대합니다. 술집에 나간다는 걸 몰라도 이재룡의 약혼녀와의 의리로 반대할 판국인데 이영애가 술집까지 나갔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나서는 당연히 더더욱 반대를 합니다. 하지만 매우 심할 정도로 효자였던 이재룡이었지만 사랑앞에 장사 없듯이 어머니 뜻을 끝내 꺾고 마음대로 결혼을 해버리고 맙니다. 그 후 故김영애의 첫째아들 이재룡의 결혼은 뭐 결국 여러가지 중간과정이 있었지만 이영애가 임신을 하게되면서 용서받고 故김영애도 이들을 받아들이며 큰 갈등을 끝내게 됩니다.

두번째 얘기는 둘째아들 김호진의 얘기입니다. 사실 김호진은 故김영애 의 남편 동생의 아들로 이재룡 김호진에게는 고모가 되는 이효춘의 아들이었습니다. 이효춘이 젊은 시절 사고를 치고 아이를 낳자 당시 처녀였던 이효춘이 기를 수 없어 처음부터 故김영애의 아들인 척 키워왔던 것입니다. 극중에서 굉장히 멋진 여자로 나오는 고모 역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이재룡이나 김호진 모두 고모를 잘 따랐고 고모도 또한 故김영애나 집안에 굉장히 잘하고 도움을 주는 인물로 나옵니다. 하지만 결국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는 김호진. 충격을 먹고 때아닌 방황과 미운짓을 연발합니다. 하지만 故김영애가 가슴으로 낳은 김호진이기에 결국 이 또한 큰 갈등을 잘 마무리하며 두번째 얘기가 완성됩니다. 

사실 여기까지 방송하면서 굉장히 큰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파도] 입니다. 하지만 마지막 세번째 얘기가 당시로서는 충격적이었기에 더 많은 감동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세번째는 바로 파도의 중심이자 등대같은 역할을 했던 어머니 故김영애 의 마지막 로맨스 부분과 죽음을 다룬 부분입니다. 어렵게 어렵게 자식들 다 키워놓고 이제야 허리 좀 피나 했더니 갑자기 들려오는 故김영애의 암투병이 시작되게 됩니다. 일찍이 남편을 여의고 혼자서 억척같이 자식 셋을 남부럽지 않게 키워왔건만 다 자기 인생 찾아 떠나고 반항하고 화내고 엄마를 그리 못살게 굴더니 결국 파도 속의 어머니는 병에 걸리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병에 걸리기전까지 故김영애는 이정길과 마지막 사랑을 하게 되는 큰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자기들 사랑은 괜찮아도 엄마 사랑은 안된다고 반대하는 이기적인 자식들때문에 마음고생 정신고생 다 시킵니다. 그러다 겨우 좀 잘사나 싶었더니 그동안 고생한게 몸에 다 축적되었던건지 암 소식이 들려옵니다. 결국 자신을 몇십년전부터 품어왔던 이정길의 품에서 그래도 여자로서 나름 행복하게 故김영애가 눈을 감으며 드라마는 끝을 맺게됩니다.


파도라는 주말극은 현대물이지만(당시의 현대물) 굉장히 긴 장편이었고 역사적 배경이나 시대상을 반영한 것도 아니었지만 있을법한 개연성을 드라마에 심으며 굉장한 공감과 지지를 받았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돌아가신 故김영애씨와 작품을 비견해보니 왠지 모를 운명이 생각나 씁쓸함이 들기도 합니다. 가수가 노래제목 따라간다고 하던 것만큼이나 드라마 내용이 故김영애씨의 죽음으로 끝났던 만큼 괜시리 코끝이 찡해집니다. 


[파도]의 주인공은 누가뭐래도 故김영애씨였습니다. 아름다웠고 강했고 자비로웠고 또한 슬프고 외로웠던 여자였지만 어머니일수밖에 없었던 故김영애씨가 있었기에 이 작품이 당연히 빛날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이 파도가 아니더라도 극 중 어디서나 존재감 빛나던 故김영애씨. 

닥터스에서 맡았던 박신혜의 할머니 역할도 저는 사실 엄청 아파하면서 봤었습니다. 극중 故김영애는 재혼한 아버지가 버리고 간 자신의 손녀 딸을 대신 맡아 기르는 역할이었습니다. 사랑받기 위해 관심 끌기 위해 사고만 치지만 그 속에 빛나는 영혼을 알기에 손녀딸을 아끼고 위하고 사랑하는 할머니 역할이었지만 겉으로만 할머니지 사실 박신혜의 진정한 엄마 역할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사실 굉장히 위중하게 아프거나 아팠던 사람들, 내일을 마무리 할 준비를 해야하는 사람들은 알겁니다. 내가 있을지 없을지 모를 미래에 나밖에 모르는 사람을 두고 떠나야 하는 두려움을요. 내가 아프고 괴로운 것은 괜찮지만 내가 없어서 외롭고 두렵고 기댈 사람 하나 없이 살아가야 할 가족을 생각했을 때 그 아픔은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을 주게 되지요. 그런 압박을 견뎌내는 그래도 강인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할머니 역할을 여기서 또 엄청난 카리스마로 보여주는 故김영애 씨였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투병중인지도 몰랐던 故김영애씨의 마지막 작품인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이 아쉽습니다. 간만에 막장 내용 없었던 굉장히 따뜻한 드라마였고 故김영애 씨의 명품 어머니 연기를 볼 수 있는 마지막 작품이이었지만 KBS 주말극 치고는 매우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려 많은 분들이 그 분의 연기를 보고 느낄 수 없었다는 것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어떤 분들은 어머니 연기야 다 거기서 거기지 뭐, 또 신파인가 등의 말로 어머니가 나오는 작품을 저평가 하거나 덜 슬프다는 이유로 혹은 지나치게 슬프다는 이유로 외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생이 그렇듯 어머니란 존재는 늘 계시는 거기 늘 있는 분이 아닙니다. 언제까지나 우리를 기다려줄 것 같지만 언제까지나 그렇게 기다려 줄 수 있는 분은 아니란 겁니다. 이런 사실이 저는 안타깝습니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故김영애씨가 어머니 역할로 나올 때 이번 작품을 못보더라도 또 다른 작품에서 어차피 어머니 역할로 만날수 있을텐데, 볼수 있을텐데 라고 생각했던 것이 말입니다. 


그냥 개인적으로 이분의 연기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것도 너무 안타깝고  故김영애씨만의 그 카리스마 넘치던 어머니부터 인자하고 강인한 어머니까지 너무 그립고 보고싶을 것 같습니다.

 故김영애씨뿐 아니라 작년 2017년은 유난히 국민엄마로 불리던 별들이 많이 떠난 해였습니다.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그들이지만 이 안에서 또 하나를 배우자면 우리 늘 곁에 있을 것 같은 부모님께 잘합시다. 늘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외면하고 당연시 해왔던 그 연기가 그리운 거처럼만큼이나 곁에 있는 부모님께 잘해드립시다. 당장 효도보다도 짜증내고 외면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이제 정말로 저 하늘에 별이 된  故김영애씨 사랑하고 그립습니다. 평화롭게 거기서는 그저 곱게 곱게 비추는 별이 되시길 진정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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