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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나인으로 보는 나비효과 ◎

드라마 나인은 2013년 3월 11일 시작으로 2013년 5월 14일 총 20부작으로 종영한 아직까지도 명작드라마로 추앙받고 있는 그 명성도 자자한 대작 중에 대작으로 꼽히는 드라마입니다. 늘 방송이 끝나기가 무섭게 실검1위를 차지했으며 심지어 종영 이후에도 실검 1위를 차지했으며 송재정 작가의 진가를 알려주었고 이진욱이라는 배우를 톱스타의 반열에 올려놓기도 한 드라마였습니다. 아쉽게도 저는 이때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런 대작 드라마를 본방으로 못봤고 이진욱이라는 배우도 놓쳤었기에 그 후 간혹 주변에서 나인 봐라 나인봐라 해도 늘 나중에 나중에 라는 말만 하고는 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한 친구가 비밀의 숲을 추천해줬었는데 그 친구의 말이 자기가 지금까지 봤던 드라마 중 최고의 드라마는 단연 나인과 비밀의 숲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저는 최근작이었던 비밀의 숲을 먼저 보았는데 다 보고 난 저는 정말 엄지척정도가 아닌 그 친구에게 절을 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의 말을 믿고 당연히 나인을 정주행 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인을 다 보고 난 뒤 그 여운은 오히려 비밀의 숲보다 오래 갔던 것 같습니다. 비밀의 숲이 통쾌하고 상쾌한 이 시대 비리를 포착하여 적폐청산하는데 매력이 있었다면 나인은 타임슬립이라는 누구나 꿈꾸는 비밀스런 모험과 과거의 조작이라는 신의 범위 그리고 비밀의 숲에는 없었던 로맨스까지 곁들여 있어 통쾌하면서 애잔하고 안타까우면서 그럴수밖에 없는 슬픔이 묻어나면서 인생사 그럴수밖에 없음을 이해시키기까지 하는 한사람의 인생 영화를 보는 느낌이기에 여운이 오래 갈수 밖에 없었던 듯 합니다.

나인은 CBM보도국 기자이자 앵커인 박선우라는 한남자를 중점으로 시작됩니다. 박선우는 형이 네팔에서 사고를 당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형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네팔로 떠나게 됩니다. 그곳에서 형의 유품을 전달 받게 됩니다. 그런데 그 유품 중에는 뭔가 불길해 보이는 타다 만 향 하나가 있었고 선우는 그 향을 태우며 잠이 들게 됩니다. 그런데 그 향을 태우면 희한하게 20년 전 향이 다 타기전까지 같은 곳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판타지라 생각했지만 이게 곧 현실임을 직시하게 된 선우는 곧 이러한 향이 9개 더 있다는 것까지 그리고 그 9개의 향을 더 구하려다 형이 죽었다는 것까지 알아 내게 됩니다.

CBM간판 앵커인 선우는 다 가진 엄친아처럼 보이지만 사실 선우는 뇌종양 4기라는 판정을 받은 시한부 생이었고 아주 어릴적 병원장이었던 아버지가 죽은 뒤 부원장이었던 최진철이 병원을 뺏아 승승장구하게 되고 선우의 엄마는 정신을 놓아 버려 요양원을 전전하게 되었고 형은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고 헤매다 결국 네팔에 가서 죽어버린 과거를 갖고 있었습니다. 자신은 이 모든게 최진철때문이라 생각해 기자가 되어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날까지 최진철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었는데 기껐 열심히 살아왔더니 갑자기 뇌종양 4기 판정을 받게 되었던 것입니다. 어이가 없는 박선우에게 갑자기 내려온 하늘의 선물인지 신의 시험인지 모를 과거로의 타임머신과 같은 향 9개가 나타나게 된것입니다.

보통의 사람에게 향 9개가 생겨 이렇게 과거로 갈수 있다면 무엇을 할까요. 그것도 정확히 20년전 그날로만 딱 갈수 있는 그 향이라면 말입니다. 선우는 처음에 이 모든게 아버지가 죽어서 가족들이 불행해진것이라 생각해 아버지의 죽음을 막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인생사 그렇듯 아버지의 죽음을 막지 못하게 됩니다. 설상가상 그 과정에서 밖으로만 떠돌던 형의 불행의 원인이었던 형의 과거의 헤어진 연인을 찾아주자 현재의 선우의 사랑이었던 주민영이 박민영으로 바뀌며 조카가 되고 마는 나비효과까지 벌어지고 맙니다.

이 사건때문에 선우와 민영은 나비커플로 불렸다고도 하는데요, 나비효과란 1972년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N.로렌츠가 처음으로 발표한 이론으로 나비의 단순한 날개짓 날씨를 변화시킨다는 이론에서 주창된 것입니다. 작은 시골마을의 나비의 날개짓이 도시 반대편에서는 허리케인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후에 카오스 이론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이러한 이론의 나비효과를 바탕으로 선우가 과거로 가서 이어준 형의 사랑은 현재에서 주민영을 박민영으로 바뀌어버리는 결과를 갖고오게 되어버리고는 맙니다.

 

그런데 피를 뿜는 자신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최진철에 대한 복수라도 하자고 과거에 설치해놓았던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CCTV에서 목격한 것은 아버지를 죽인 진범이 바로 형이었다는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근 20년간 자신을 속인 형에 대해 참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어차피 자신은 죽을 목숨이라 생각하며 자신이 다 안고 가자 여기는 박선우에게 또한번 반전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의 진실한 단 하나뿐인 친구인 영훈이 과거에서 선우가 앞으로 뇌종양이 생길 것이라는 것을 알아내 끊임없이 건강검진을 받게 해 선우의 뇌종양을 막아내 현재를 바꾸어 버린 것입니다. 

나인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드라마로 쉼없이 사람을 몰아치고 다음을 예상하게 하고 슬픔에 잠길 새 없이 기쁨을 주고 그러다 다시 절망에 빠뜨리는 드라마입니다. 타임슬립이라고는 하지만 보통의 평범한 타임슬립이 아닌 자신의 과거로 가는 타임슬립이며 자신의 과거를 바꿔 현재의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에 그 특색이 매우 남다른 작품이었고 앞으로도 이런 작품은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인의 나비효과는 비단 나비커플에 국한되지 않는다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과거의 영훈은 그의 하나뿐인 친구 선우가 미래에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그게 병일지도 모른다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그는 미래에 그의 건강을 챙길 수 있고 그에 더 가까운 지식을 갖을 수 있는 의사라는 직업을 택했을지도 모릅니다. 이또한 선우가 행한 나비의 날개짓 중 하나라 할 수 있겠지요. 미래의 선우는 과거의 선우에게 기자라는 직업이 얼마나 멋진지 경찰도 검찰도 못하는 것을 기자만이 해내는 것 또한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과거의 선우는 기자라는 직업을 택했을지도 모릅니다. 이 또한 나비의 날개짓 나비효과일지도 모를일입니다. 이처럼 이 나인이라는 작품 곳곳에 어쩌면 나비효과가 미처 파악하지못한 곳에 곳곳이 퍼져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속에 빠져 마지막 향이 되어 타버리는 선우를 보며 선악과에 대해 저또한 생각해보았습니다. 과연 마지막 향을 태우면 갇힌다는 것을 알았어도 가지 않을수 있을까 그때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초반에 남발했던 향은 과연 이 마지막을 위한 복선이었구나 등의 생각. 크. 나인 정말 재미있게 본 작품이었습니다. 한동안 여운이 안 가실것 같습니다. 너무 늦게 알아 아쉽지만 2019년 다시 봐도 이렇게 명작이라는 것에 놀라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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